바지락은 어디에 사는가 — 지반부터 읽어라
바지락 채취의 성패는 갯벌에 발을 딛기 전, 어떤 지반을 노릴지 정하는 데서 갈린다. 바지락은 서해·남해 갯벌의 모래펄 지반을 좋아한다. 순수한 모래도,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펄)도 아닌, 모래와 펄이 적당히 섞여 손으로 쥐면 뭉쳐지되 물기를 머금은 지반이 바지락 밭이다.
발이 발목까지 부드럽게 들어가면서 바닥에 자잘한 조개껍데기 조각과 잔모래가 섞여 있는 곳, 걸을 때 "사각사각" 하는 감촉이 나는 지반을 찾아라. 반대로 발이 무릎까지 빠지는 순수 펄 지대나, 물기 없이 딱딱하게 굳은 모래 언덕은 바지락 밀도가 떨어진다.
조간대 중하부를 노려야 하는 이유
바지락은 조간대 중하부에 밀집한다. 조간대는 밀물과 썰물 사이에 드러나는 갯벌 구간을 말하는데, 바다 쪽에 가까운 중하부일수록 바지락이 물에 잠겨 있는 시간이 길어 먹이 활동이 활발하고 씨알이 굵다. 갯벌 초입(상부)은 접근이 쉬워 사람 손을 많이 타는 데다 바지락도 잘고 밀도가 낮다.
물이 최대로 빠지는 간조 시각에 맞춰 바다 쪽으로 더 걸어 들어가야 중하부 바지락 밭에 닿는다. 이 때문에 바지락 채취는 물때 선택이 절반이다.
봄철(4~5월)이 성수기인 이유
바지락 채취의 성수기는 봄철, 특히 4~5월이다. 이 시기 바지락은 겨울을 나며 살을 통통하게 찌운 상태라 씨알이 굵고 육질이 꽉 차 있다. 산란을 앞두고 몸에 양분을 최대로 저장하기 때문에 같은 크기라도 알맹이가 실하다.
봄철은 갯벌에 나가기 좋은 날씨 조건도 갖춰진다. 겨울처럼 손이 곱을 만큼 춥지 않고, 여름처럼 갯벌 위에서 열사병을 걱정할 정도로 덥지도 않다. 다만 봄에도 이른 아침 갯벌 물은 차가우니 방수 장화와 여벌 장갑은 챙기는 게 좋다.
물때는 사리 앞뒤로
바지락 중하부 밭까지 걸어 들어가려면 물이 많이 빠지는 날이 유리하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사리(대조기) 앞뒤 며칠이 갯벌이 가장 넓게 드러난다. 간조 시각 기준으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전에 갯벌에 도착해, 물이 빠지는 방향을 따라 바다 쪽으로 이동하며 캐다가, 물이 돌아서기 시작하면 뭍 쪽으로 후퇴하는 동선을 잡는다. 밀물은 갯벌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밀려오므로 간조 후 물이 다시 차오르는 시각을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한다.
호미 하나로 끝내는 채취 요령
바지락은 호미로 10~15cm 깊이를 긁어 캔다. 표층이 아니라 이 정도 깊이에 몸을 묻고 있기 때문에, 갯벌 표면만 살살 긁으면 잔챙이만 나온다.
실전 호미질 순서
- 숨구멍을 찾는다. 바지락이 있는 자리에는 표면에 작은 구멍 두 개가 나 있다. 물이 막 빠진 젖은 갯벌에서 이 흔적이 잘 보인다.
- 호미를 비스듬히 찔러 넣는다. 구멍에서 약간 옆을 노려 10~15cm 깊이로 호미를 넣고, 지반을 통째로 떠올리듯 뒤집는다. 수직으로 내리찍으면 껍데기가 깨진다.
- 손으로 훑는다. 뒤집은 흙덩이를 손가락으로 부수며 바지락을 골라낸다. 한 자리에서 여러 마리가 무리 지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하나가 나오면 그 주변을 넓게 파본다.
- 잔챙이는 돌려보낸다. 손톱만 한 어린 바지락은 갯벌에 되묻어 다음 시즌을 기약한다.
장비는 단출하게
호미, 바지락을 담을 망(뜰채나 조개망), 방수 장화 또는 갯벌화, 장갑이면 충분하다. 무릎을 꿇고 오래 작업하므로 무릎 보호대나 방석을 챙기면 훨씬 편하다. 채취량은 지자체·어촌계별로 제한이 있고 마을 어장은 출입 자체가 금지된 곳도 많으니, 들어가려는 갯벌이 개방된 체험장인지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채취 허용 구역과 채취량 규정은 관할 지자체·수협에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