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쫙 빠진 갯벌에서 조개 캐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무릎 굽히고 질척이는 뻘밭을 걷는 게 지겨울 때가 있죠. 그럴 때 저는 장화 끈을 꽉 조여 매고 돌밭으로 향합니다. 횟집 스끼다시나 해물탕에서나 보던 미더덕, 십중팔구 바다 위 양식 줄에 매달려 나오는 줄만 아셨을 겁니다. 그런데 물이 턱밑까지 빠지는 대조기 사리 물때, 바닥이 훤히 드러난 갯바위나 자갈밭을 유심히 뒤지다 보면 오돌토돌하게 들러붙어 있는 자연산 미더덕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거든요. 현장에서 갓 떼어내 묻어나는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갯내음은 마트 봉지에 담겨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왜 하필 봄인가? 3~5월 출조를 고집하는 이유
바다 생물은 제철을 놓치면 껍데기만 씹다 뱉기 일쑤입니다. 미더덕 역시 타이밍이 전부죠. 수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는 봄 시즌이 미더덕 채취의 황금 성수기입니다. 딱 이 시기가 되면 속살이 꽉 차오르고 무엇보다 멍게 부럽지 않은 그 특유의 바다 향이 최고조에 달하거든요.
6월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여름 수온이 닥치면 살이 흐물흐물하게 물러지고 향도 옅어져서 캐는 손맛도, 먹는 입맛도 확 떨어집니다. 딱 봄꽃 피고 질 무렵, 봄철 향이 강해지는 3~5월이 성수기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물때표를 세팅하세요. 이때쯤 주말 사리 간조에 바닷가 나가보면 벌써 알고 바위틈을 뒤지시는 현지 베테랑 어르신들을 꽤 마주치게 됩니다.
뻘밭에서 호미질하면 꽝 칩니다: 조간대 하부 '암반·자갈' 타점
초보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해루질 간다고 무작정 푹푹 빠지는 고운 뻘밭만 파집는 겁니다. 미더덕은 진흙탕 속을 뒹굴며 사는 조개류가 아니에요. 이 녀석들은 거센 조류를 버티기 위해 무언가에 단단히 들러붙어 자라는 부착 생물입니다. 그래서 미더덕을 줍어 담으려면 반드시 조간대 하부 암반·자갈 지반으로 진입하셔야 합니다.
조간대 하부가 어디냐고요? 평소엔 늘 시커먼 바닷물에 잠겨있다가 한 달에 두어 번, 사리 간조 때만 잠깐 속살을 드러내는 그 미끄러운 바위 지대입니다. 큼직한 갯바위의 그늘진 옆면이나 바닥에 깔린 거친 자갈 틈새를 샅샅이 훑어보세요. 미역이나 파래 같은 해조류가 엉켜있는 틈바구니를 들춰보면, 주변 돌멩이와 똑 닮은 보호색을 띠고 다닥다닥 군락을 이룬 미더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엔 그냥 돌덩이에 돋아난 사마귀 같아서 처음엔 눈에 잘 안 띄지만, 한 번 실루엣을 눈에 익혀두면 그때부터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쏙쏙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