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안면도로 진입하는 길목, 다리를 건너자마자 많은 분들이 수산시장이 있는 백사장항이나 드르니항 쪽으로만 차를 돌리시더라고요. 방파제 주변이나 상가 앞쪽도 훌륭한 포인트지만, 사실 안면도 해루질의 진짜 베이스캠프는 바로 북단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백사장 해수욕장입니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고 완만하게 펼쳐진 갯벌을 처음 마주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지형 특성만 제대로 파악하면 주꾸미부터 대하, 갑오징어까지 바구니 하나로는 모자랄 만큼 묵직한 조과를 올릴 수 있는 곳이거든요. 현장에서 직접 바닷물을 뒤집어쓰며 파악한 백사장 해수욕장의 실전 타점과 연계 동선을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넓고 완만한 갯벌, 발품 판 만큼 보답하는 15종의 타겟
백사장 해수욕장의 가장 큰 무기는 압도적으로 넓고 완만한 지형 그 자체입니다. 급격한 수심 변화나 발목을 잡아채는 험한 바위 지대가 적어서 워킹 해루질을 하기엔 최고의 조건이죠. 하지만 밋밋해 보인다고 무작정 직진만 하면 빈손으로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이곳은 키조개, 피뿔고동, 피조개, 동죽, 바지락 같은 패류부터 뻘 깊숙이 숨은 개불까지 모래와 뻘이 절묘하게 섞인 바닥 밑에 완벽하게 서식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밤바람을 맞으며 갯벌을 걷다가 랜턴 불빛을 비출 때, 주먹만 한 피뿔고동이 바닥을 기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거나 뻘에 살짝 튀어나온 피조개의 촉수를 확인하는 손맛이 아주 쏠쏠합니다. 호미 하나 들고 동죽이나 바지락을 캐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고요. 패류뿐만 아닙니다. 물이 빠져나간 웅덩이나 얕은 물골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 박하지(민꽃게)와 꽃게들이 바짝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조과망에 큼지막한 박하지 몇 마리만 담아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죠. 정확한 채취 금지 체장이나 어종별 금어기 규정은 시기마다 다르니, 출조 전 반드시 관할 지자체나 수협에 팩트체크하고 가시는 습관을 들이세요.
가을 해루질의 꽃, 주꾸미와 갑오징어 황금 시즌 공략
이곳이 전국구 포인트로 꼽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주꾸미 시즌, 그리고 봄과 가을 두 차례 찾아오는 갑오징어 시즌이 되면 백사장 해수욕장의 진가가 100% 발휘됩니다. 이 시기에는 특정 포인트에만 몰리는 게 아니라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거든요.
명심하실 점은, 완만한 갯벌이라고 바닥이 다 똑같지 않다는 겁니다. 물길이 살짝 꺾이는 곳이나 바닥 질감이 미세하게 거칠어지는 지점, 혹은 해조류가 듬성듬성 붙어있는 곳을 노려야 합니다. 갑오징어는 특유의 먹물 자국을 바닥에 남기거나 주변 색에 맞춰 보호색을 띠고 엎드려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시야를 넓게 두고 탐색해야 합니다. 주꾸미 역시 빈 조개껍데기나 돌 틈, 얕은 모래 웅덩이에 교묘하게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야간 해루질을 하다 보면 랜턴 불빛에 반짝이는 빨간 점 두 개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대하입니다. 최고급 어종인 대하를 갯벌에서 직접 주워 담을 때의 쾌감은 해본 분들만 아실 겁니다. 튼튼한 뜰채 하나만 잘 챙겨가면 대하와 낙지까지 심심치 않게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얕은 물이라고 방심하다가 튀어 오르는 대하에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 뻘물을 뒤집어쓰는 초보분들, 현장에서 정말 자주 봅니다. 뜰채질은 무조건 침착하고 부드럽게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