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진입하셨을 때 백사장항이나 드르니항 근처에 차 세우고 바지락만 캐고 돌아오신 적 있으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기서 차로 한참 더 기름 태워서 안면도 최남단까지 내려가기 귀찮거든요. 저도 예전엔 그랬습니다.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지" 하면서 굳이 운전대를 더 잡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태안 고남면에 위치한 바람아래 해수욕장을 한 번 제대로 겪어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주변에 화려한 횟집이나 번쩍이는 편의점 하나 없는 한적한 해변인데, 야간 랜턴을 켜고 물에 들어가는 순간 조과망에 담기는 어종의 클래스가 다릅니다. 발길이 뜸한 진짜 청정 해안이 어떤 건지, 남들 북적이는 입구에서 헛고생할 때 우리는 남쪽 끝에서 어떻게 쿨러를 채워야 하는지 생생하게 짚어드리겠습니다.
왜 굳이 안면도 최남단 '바람아래'인가요?
안면도 북쪽 진입로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아서 주말이면 사람 반, 조개 반입니다. 포인트 진입부터 주차 전쟁을 치러야 하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호미질에 갯벌이 닳고 닳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고남면에 자리 잡은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안면도 최남단에 가깝게 위치해 있습니다. 이동 거리가 꽤 길고 주변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 일반 관광객들이나 가벼운 체험객들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갯벌 생태계가 아주 풍부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바지락 조금 캐고 마는 수준이 아니라, 가슴장화 제대로 챙겨 입고 수중 지형을 탐색하는 전투 해루질러들에게는 숨겨진 보물창고 같은 곳이거든요. 모래 갯벌과 뻘, 그리고 암반이 다채롭게 섞인 바닥 지형 덕분에 타겟팅할 수 있는 어종 스펙트럼이 안면도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넓습니다.
뻘밭의 묵직한 손맛: 키조개, 개조개, 피뿔고동, 바지락
바람아래 해수욕장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큼지막한 패류 조과입니다. 남들 얕은 뻘에서 동전만 한 껍데기 주우며 허리 아파할 때, 이곳에서는 삽 한 번에 묵직한 손맛을 제대로 봅니다.
- 키조개와 개조개: 간조 수위가 확 낮아지는 사리 물때에 조간대 하부까지 진입해 보면, 바닥에 뚫린 큼직한 촉수 구멍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특히 개조개는 뻘 깊숙하게 박혀 있어서 삽질 몇 번 꾹꾹 눌러야 겨우 윤곽을 드러내는데, 그 진흙 속에서 손바닥만 한 개조개를 쑥 뽑아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피뿔고동(참소라)과 바지락: 바위틈이나 뻘 위에 덩그러니 굴러다니는 피뿔고동을 줍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야간에 수중 랜턴 불빛을 비추면 특유의 두꺼운 껍데기가 반사되어 쉽게 눈에 띕니다. 주변의 얕은 모래 갯벌 쪽을 긁어내면 알이 굵은 바지락도 심심치 않게 쏟아져 나옵니다.
야간 랜턴 불빛을 쫓는 두족류와 갑각류: 주꾸미, 낙지, 갑오징어, 꽃게, 박하지
물이 찰랑거리는 얕은 수심이나 간조 후 남은 큰 물웅덩이를 노리면 패류와는 전혀 다른 다이내믹한 해루질이 시작됩니다.
- 주꾸미와 낙지: 수중 랜턴으로 바닥을 훑다 보면, 뻘 바닥과 보호색을 맞추고 웅크린 낙지나 유영하는 주꾸미를 심심치 않게 발견합니다. 움직임이 빠르지 않아 타이밍 맞춰 뜰채만 뻗으면 쉽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 갑오징어와 꽃게, 박하지: 운이 좋으면 랜턴 불빛에 놀라 먹물을 뿜고 도망가는 갑오징어를 만나기도 합니다. 돌무더기나 해초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 집게발을 바짝 세우고 경계하는 꽃게와 억센 박하지도 꽤 많이 서식합니다.
- 바닥에 엎드린 도다리와 광어, 그리고 해삼: 운 좋게 바닥 지형을 타다 보면 모래와 완전히 동화된 채 엎드려 있는 광어나 도다리를 뜰채로 덮치기도 하고, 수온이 맞는 시기에는 얕은 바위틈에 웅크린 해삼까지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 주의: 광어, 도다리, 꽃게, 해삼, 주꾸미 등 주요 어종은 시기별 금어기와 포획 채취 금지 체장 규정이 깐깐하게 적용됩니다. 이 규정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니, 정확한 규정은 출조 전 반드시 관할 지자체나 수협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하세요. 확인 없이 주웠다가는 얄짤없이 과태료 처분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