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랜턴과 장화가 준비됐다면, 다음은 '손에 드는 도구'다
밤 갯벌에서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히고 장화로 바닥을 딛고 나면, 실제 채취량을 가르는 건 손에 든 도구다. 같은 갯벌에서 같은 물때에 들어가도 바지락을 갈퀴로 긁는 사람과 호미로 한 마리씩 파는 사람의 망태 무게는 두 배 넘게 벌어진다. 도구는 비싼 걸 사는 문제가 아니라 잡으려는 어종에 맞춰 고르는 문제다. 예산별 세트 구성과는 별개로, 여기서는 어종과 도구를 1:1로 매칭하는 기준만 정리한다.
핵심 원칙은 하나다. 갯벌 바닥을 파는 어종에는 파는 도구, 바닥 위를 기어 다니거나 얕은 물에 붙는 어종에는 집거나 뜨는 도구를 쓴다. 이 구분만 잡아도 도구 구매 실패가 거의 사라진다.
갯벌 바닥을 파는 어종 — 호미·갈퀴·가래
바지락·동죽 — 갈퀴형 호미가 표준
바지락은 갯벌 표층 5~10cm 안에 박혀 있다. 날이 넓은 일반 텃밭 호미보다 **갈퀴 3~4발이 달린 조개 호미(갈퀴호미)**가 효율이 좋다. 갈퀴 간격이 좁으면 어린 개체까지 딸려 올라오므로, 발 간격이 2cm 이상 벌어진 것을 고른다. 재질은 스테인리스가 녹이 안 슬어 관리는 편하지만, 무게감과 파고드는 힘은 탄소강 단조 제품이 앞선다. 갯벌 흙이 무른 사질(모래펄)에서는 갈퀴로 긁고, 단단한 니질(찰진 펄)에서는 날 하나짜리 호미로 한 포기씩 뒤집는 게 손목에 무리가 덜하다.
낙지 — 가래삽과 낙지 삽
낙지는 갯벌에 깊은 굴을 파고 들어가 있어 호미로는 못 잡는다. 숨구멍(뻘 표면의 작은 구멍)을 찾은 뒤 가래(넓적한 갯벌 삽)나 낙지 전용 삽으로 굴을 따라 파 내려간다. 날 폭이 좁고 길쭉한 낙지 삽이 굴 라인을 따라가기 좋고, 넓은 가래는 흙을 크게 퍼내 속도를 낸다. 두 개를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 삽자루는 어깨 높이보다 조금 짧은 것이 허리를 덜 굽히게 해준다.
바닥 위·얕은 물의 어종 — 집게·뜰채·갈고리
주꾸미·갑오징어 — 집게와 긴 뜰채
야간에 헤드랜턴 불빛에 반응해 조간대 얕은 물로 붙는 주꾸미·갑오징어는 파는 도구가 필요 없다. **끝이 뭉툭한 집게(찜게)**로 집어 올리거나, 물이 조금 있는 곳에서는 자루가 긴 뜰채로 뜬다. 갑오징어는 건드리면 먹물을 쏘고 빠르게 물러나므로 뜰채 그물코가 촘촘하고 테가 넓은 것이 유리하다. 집게는 끝이 날카로우면 개체에 상처를 내니 고무 코팅되거나 끝이 둥근 것을 고른다.
문어·소라 — 갈고리와 손
바위와 자갈이 섞인 조간대에서 돌 틈에 숨은 문어는 끝이 살짝 휜 갈고리로 틈을 훑어 끌어낸다. 갈고리는 자루가 짧으면 손이 바위에 긁히니 30cm 이상, 끝이 무디게 가공된 것을 쓴다. 소라·고둥류는 도구 없이 손으로 줍는 게 기본이고, 물때가 빠질 때 바위 아랫면을 뒤집어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