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석문면으로 진입하는 뻥 뚫린 길, 석문방조제 둑길을 따라 차를 달리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짭조름한 갯내음에 벌써부터 심박수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둑길 갓길에 주차된 차들 사이로 짐을 내리는 분들 표정을 유심히 보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도착해서 가슴 장화를 올리며 기대감에 부푼 사람과, 끝도 없이 펼쳐진 뻘밭을 걸어 나오다 완전히 방전되어 방조제 턱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람.
석문방조제는 서해안 해루질 명소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엄청난 조과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방조제 주변 지형과 갯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몸만 골병들고 빈 쿨러로 터덜터덜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물이 빠지는 타이밍만 보고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었다가는, 나중에 잡은 조과물을 통째로 바다에 쏟아버리고 맨몸으로 걷고 싶어질 만큼 험난한 고행길이 열리거든요.
주꾸미부터 광어까지 13종이 쏟아지는 하이브리드 지형
석문방조제가 수많은 꾼들을 불러 모으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갯벌과 갯바위가 절묘하게 섞여 있는 이중적인 바닥 지형에 있습니다. 그저 뻔하게 호미 하나 들고 바지락만 캐는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간조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지형을 찬찬히 훑어보면 부드러운 뻘밭 구역과 거친 돌밭 구역이 나뉘고, 타겟을 어떻게 잡고 동선을 짜야 할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현재 이곳에서 채취와 포획이 확인되는 어종만 무려 13종에 달합니다. 부드러운 뻘과 모래가 섞인 바닥을 깊게 파고 들어가면 키조개, 개조개, 피조개, 바지락 같은 패류가 묵직하게 손에 걸려듭니다. 반면, 갯바위와 돌무더기가 산재한 지점을 꼬챙이로 뒤지면 껍데기가 단단한 피뿔고동(참소라)과 날카로운 집게발을 바짝 세운 박하지가 웅크리고 있죠.
가을 주꾸미 시즌, 갯바위 주변 핀포인트 공략
특히 찬 바람이 살짝 불기 시작하는 가을 주꾸미 시즌이 도래하면 석문방조제 주변은 텐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방조제 갯바위와 돌 틈 주변으로 주꾸미, 낙지, 갑오징어 같은 두족류들이 폭발적으로 붙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는 전국구 핫스팟으로 변모합니다.
이때 뻘밭만 고집해서 파고 다니면 이런 귀한 두족류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에기(가짜 미끼)를 활용해 워킹 루어 낚시를 하든, 야간 해루질로 뜰채를 들고 들어가든 돌이 섞인 갯바위 주변과 갯골이 급격히 꺾이는 은신처를 집중적으로 노려야 합니다. 야간 썰물 타임에는 손전등 불빛에 반응해 연안으로 바짝 붙는 대하와 꽃게를 건져 올릴 수도 있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은신 중인 도다리와 광어까지 줍는 횡재도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다만 낙지나 주꾸미, 꽃게 등은 시기별로 금어기나 포획 금지 체장 제한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되므로, 출조 전 정확한 규정은 반드시 관할 지자체나 수협에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