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도 서해 바다에는 수천 개의 랜턴 불빛이 반짝거렸을 겁니다. 저도 한 달에 서너 번은 밤바다 짠내를 맡으러 헤드랜턴을 뒤집어쓰고 갯벌로 나가는 사람인지라, 그 가슴 뛰는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찰박거리는 물소리 사이로 발아래 묵직한 소라나 해삼이 걸릴 때의 쾌감, 안 해보신 분들은 모릅니다.
그런데 최근 갯벌이나 방파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트랙터 타고 나와서 삿대질하며 쫓아내는 일이 부쩍 늘었죠. 억울하게 욕먹고 돌아오신 분들도 계실 텐데, 사실 어민들 입장 들어보면 그 피눈물 나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최근 우리 해루질 판을 흙탕물로 만들어버린 기막힌 사건 하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룻밤에 해삼 400kg 싹쓸이? 태안 의항리 마을어장의 분노
지난 2026년 6월 26일 밤이었습니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마을어장에서 아주 작정하고 들어온 전문 해루질꾼들이 덜미를 잡혔습니다. 동네 어민들에게 발각될 때까지 이 사람들이 캐낸 해삼 양이 무려 400kg이 넘었습니다. 시가로 따지면 700만 원어치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물량입니다. 이 정도면 취미로 먹을 만큼 잡는 수준이 아니라, 탑차 대놓고 물건 떼다 파는 전문 밀렵꾼 수준이죠.
어민들이 가슴을 치며 경찰과 해경을 불렀습니다. 남의 밭에 심어둔 농작물 수백 킬로그램을 훔쳐 간 거니 당연히 쇠고랑 찰 줄 알았겠죠. 그런데 기가 막힌 건, 이들을 강력하게 형사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입니다. 바다에 뿌려둔 해삼이나 전복이 '자연산'이 아니라 어민들이 돈 들여 뿌린 '양식 수산물'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현장에서 입증하기가 법적으로 너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솜방망이 처벌의 맹점을 악용하는 꾼들 때문에, 선량하게 룰 지키며 즐기는 일반 동호인들까지 몽땅 도둑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갯바위 진입로마다 철조망이 쳐지고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진짜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남의 땀방울이 서린 마을어장 깃발이나 부표 안쪽은 절대 쳐다보지도 마세요. 거긴 우리 놀이터가 아니라 그분들 직장입니다.
조개 욕심내다 목숨까지 내놓습니다... 몽산포항 70대 사망사고
어민들과의 멱살잡이도 문제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아찔한 사고도 연일 터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0일에는 충남 태안 몽산포항 인근 갯벌에서 해루질을 나갔던 70대 남성분이 실종 끝에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들 바다를 너무 만만하게 보시더라고요. 간조 시간 딱 맞춰서 알람 울리면 그때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거 정말 위험한 착각입니다. 서해안 밀물은 저 멀리 수평선부터 점잖게 밀려오는 게 아닙니다. 바닥 깊게 파인 '갯골'부터 시뻘건 물이 소용돌이치며 먼저 차오릅니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앞만 보고 조개를 줍다가 쎄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면, 이미 퇴로인 갯골은 사람 키 넘게 물이 차서 시퍼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때 가슴장화 입고 갯골 한 번 건너보겠다고 무작정 뛰어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장화 안으로 물이 확 쏟아져 들어오면 순식간에 수십 킬로그램의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매단 것처럼 몸이 갯벌로 푹 꺼져버립니다. 평소에 수영 좀 한다는 사람도 빠른 갯골 조류와 펄, 그리고 가슴장화의 무게 앞에서는 손도 못 쓰고 휩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