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벽 방파제에서 낚시를 마치고 철수하려는데, 옆에서 찌낚시를 하시던 조사님 한 분이 씩씩대시더라고요. "아니 지금 금어기도 끝났는데 왜 단속을 하냐"면서 억울함을 토로하시길래 살림망을 슬쩍 들여다봤습니다. 배에 스펀지 같은 알을 잔뜩 품은 꽃게 한 마리가 들어있더군요. 현장에서 10년 넘게 바다를 다녀보면 의외로 이런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수협이나 해경에서 나눠주는 달력에 적힌 '날짜'만 달달 외우고 계셨던 거죠.
사실 바다에는 특정 기간이 지나면 해제되는 규정만 있는 게 아닙니다. 1월 한겨울이든 7월 한여름이든 상관없이, 365일 내내 건드리면 안 되는 '연중 금지' 룰이 숨어 있거든요. 이거 무시하고 꿰미나 살림망에 담았다간 핑계도 못 대고 그대로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됩니다. 오늘은 현지인들도 가끔 헷갈려서 실수하는 365일 연중 금지 어종들과 예외 규정들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달력만 믿다가 낭패 봅니다: 암컷은 사계절 내내 바다의 성역
바다에서 게 종류를 잡을 때 서치라이트에 비친 그 묵직한 실루엣을 뜰채로 건져 올리는 쾌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하지만 잡자마자 반드시 배를 뒤집어봐야 합니다.
대게와 홍게의 경우, 동해에서 수컷의 금어기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명확합니다. 하지만 암컷(일명 빵게)은 시기를 막론하고 '연중 전면 금지'입니다. 여기에 두흉갑장 9cm 미만도 1년 내내 잡아선 안 됩니다. 암컷은 무조건 살려준다는 원칙을 머릿속에 박아두셔야 합니다.
해루질러들이 사랑하는 꽃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해와 남해의 꽃게 금어기는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입니다. 가을이 되면 이 금어기가 풀리니까 신나서 갯벌로 달려가시는데, 배에 알을 품은 '외포란 암컷'은 금어기 해제와 무관하게 연중 전면 금지입니다. 두흉갑장 6.4cm 미만 역시 1년 내내 방생 대상이고요. "가을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알배기 꽃게를 챙겼다가는 항구 빠져나가기도 전에 해경 단속반과 마주치게 될 겁니다.
"서해는 감성돔 맘대로 잡아도 된다고요?" 갯바위꾼의 치명적 착각
바다낚시꾼들 사이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어종이 바로 감성돔입니다. 바다마다 적용되는 룰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남해는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동해는 5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가 감성돔 금어기입니다.
그런데 서해는 어떨까요? 놀랍게도 서해는 금어기가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봄철 서해 갯바위에서 감성돔을 끌어올리면 주변에서 합법적인 조과라며 환호성이 터지죠. 하지만 여기에 무서운 함정이 있습니다. 서해든 동해든 남해든 전장 25cm 미만의 감성돔은 '연중 금지'라는 사실입니다. 손바닥만 한 깻잎 감성돔을 잡고서 "서해는 금어기 없으니까 챙겨가야지" 했다간 그날 낚시는 최악의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참고로 이런 예외 규정이나 지역별 고시는 수시로 변동될 수 있습니다. 찝찝할 때는 무조건 챙기지 마시고, 정확한 규정은 관할 지자체·수협에 확인하세요. 그것이 가장 안전하게 취미를 즐기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