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갯벌의 짠내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해루질러나 낚시꾼의 심장은 묘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헤드랜턴의 쨍한 불빛 하나에 의지해 무릎 깊이의 물길을 걷다 보면, 조수웅덩이 속에서 재빠르게 도망치는 은빛 생명체나 모래바닥을 기어 다니는 녀석들을 마주하게 되죠. 그런데 이때 눈앞에 보인다고 무작정 뜰채나 호미를 들이대면 큰일 납니다. 바다에 무슨 선이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동해냐 서해냐 남해냐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역 한정 금어기' 규정들이 숨어 있거든요.
저도 예전에 충남 쪽 갯벌에서 해루질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분이 계셨는데요. 그분이 며칠 뒤 인천 쪽으로 출조지를 옮겼다가 어이없이 해경 단속에 걸려 과태료 딱지를 끊고 허탈해하시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니, 저번 주말에 서해 아래쪽에서는 마음껏 잡았는데, 왜 여기선 불법이냐'며 목소리를 높여봤자 단속반 앞에서는 통하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대한민국 바다 권역별로 싹 달라서 출조객들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함정 어종들의 규정을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서해꾼들은 상상도 못 하는 감성돔의 비밀
갯바위 바다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꾹꾹 처박는 찌맛과 짜릿한 손맛의 대명사, 감성돔의 매력을 절대 잊지 못하실 겁니다. 새벽 공기 가르며 갯바위에 서서 밑밥 치다 보면, 은빛 찬란한 감성돔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의 그 쾌감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 감성돔을 대하는 법적 잣대가 바다 권역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평소 서해안 방조제나 갯바위로 주로 출조하시는 분들은 '감성돔 금어기'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생소하실 겁니다. 왜냐하면 서해 해역에는 감성돔 금어기가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언제 낚싯대를 던져도 기간 면에서는 단속에 걸릴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달콤한 기억만 가지고 무작정 남해나 동해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됩니다. 남해는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동해는 5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철저하게 감성돔 금어기가 적용되거든요. 즉, 5월 중순쯤 서해 천수만 부근에서 감성돔 타작을 하던 꾼이, 다음 주말에 그대로 짐을 싸서 통영이나 거제 같은 남해안 포인트로 넘어가 똑같이 감성돔을 노리면 명백한 범법자가 되는 겁니다. 단, 어느 바다를 가시든 전장(주둥이 끝부터 꼬리지느러미 끝까지의 총길이) 25cm 미만인 이른바 '살감성돔'은 1년 365일 연중 채취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낚아 올렸을 때 조금이라도 작아 보인다면, 괜히 눈치 보지 말고 그 자리에서 쿨하게 방생하셔야 합니다.
갯벌마다 고시가 다르다?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낙지의 배신
워킹 해루질을 다니시는 분들이 갯벌에서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타겟 1순위, 단연 낙지입니다. 가슴장화 입고 가래나 호미를 들고 물 빠진 갯골을 뒤지는 재미가 쏠쏠하죠. 그런데 이 낙지 규정이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낙지의 기본적인 전국 단위 금어기는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입니다. 그래서 달력을 보며 '아싸, 7월 1일로 넘어갔으니까 이제 낙지는 다 내 차지다!'라고 환호하며 7월 첫 주말 바다로 뛰어드시는 분들이 진짜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거대한 함정이 발동합니다. 낙지는 지역별 관할 해역마다 금어기 고시 차이가 엄청나게 큽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충남 가로림만의 경우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로 금어기가 매우 일찍 끝납니다. 그래서 7월에 이곳에서 해루질로 낙지를 잡는 건 아무 문제가 없죠. 반면, 수도권 해루질러들이 퇴근 후 가장 많이 달리는 인천, 경기 갯벌과 남도 손맛의 성지 전남 지역은 6월 21일부터 7월 20일까지가 금어기로 묶여 있습니다. 경남 지역은 무려 6월 16일부터 7월 31일까지로 금어기가 훨씬 길고요. 똑같은 7월 10일에 충남 갯벌에서 낙지를 주우면 위풍당당한 합법인데, 차 타고 조금 올라가 인천 갯벌에서 주우면 불법 채취가 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출조 전에는 반드시 내가 진입할 갯벌이 정확히 어느 관할인지 지자체나 수협 담당 부서에 전화해서 정확한 규정을 한 번 더 확인하시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